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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시대 대중차의 기준,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시승기

2024년 준중형 SUV 부문 판매량 1위는 기아 스포티지가 차지했었다. 대략 7만 대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 국산차 전체 판매량에서도 5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리며 상당한 인기를 입증했다. 경쟁 모델로 평가되는 투싼과 토레스, 그리고 QM6와 액티언의 판매량을 크게 앞지른다. 더뉴 스포티지 출시 전까지 가솔린은 물론 디젤과 LPI 엔진에 이른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고, 옵션 구성의 자유도도 높았다.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상반되기는 했음에도 뛰어난 제품성 자체로 압도적인 실적을 일궈낸 셈이다.

뉴노멀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말 그대로 New와 Normal의 합성어다. 주로 경제전문지에서 쓰이는 표현으로 '새로운 기준' 정도의 뜻을 의미한다. 일례로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기준값을 1400원으로 계산하는 시대가 왔고, 이 1400원이라는 수치를 뉴노멀이라 지칭하고는 한다. 자동차 시장에도 뉴노멀이라는 표현을 접목할 수 있다. 과거 승용 자동차의 기준이자 형식이라면 '세단'이 가장 먼저 떠올랐을 터, 최근의 시장 동향과 수요는 SUV 등 RV 차량으로 편향되어 있다. 승용차의 새로운 기준은 SUV다.

그런 승용차의 뉴노멀 시대에서 국내에 가장 선전하는 브랜드가 기아다. 스포티지뿐 아니라, 소형부터 중형 SUV에 걸쳐 셀토스와 쏘렌토도 부문 판매량 1위를 달성했고, 지금도 유효하다. RV 차량으로 분류할 수 있는 카니발까지 미니밴 수요를 독식하는 중이다. 지난 2024년 11월, 기아는 스포티지 NQ5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공개하며 준중형 SUV의 기준을 새롭게 정의한 바 있다. 기아의 새로운 패밀리룩으로 디자인을 과감히 변경했고, 신규 파워트레인과 편의 장비를 채택하여 주행감과 편의성을 개선했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모터 출력을 소폭 개선하는 방식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시승 차량은 기아 더 뉴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1.6 HEV 시그니처 등급이다. 1.6 HEV 등급에는 배기량 1.6L급 가솔린 싱글 터보 엔진과 고출력 모터, 6단 자동변속기가 병렬로 배치된다. 시그니처 트림은 옵션 구성으로는 최상위 등급에 해당된다. 그 위로 디자인 차별화가 더해지는 시그니처 X-라인이 있는데, 시승차량은 해당되지 않는다. 추가 옵션으로 19인치 전면 가공 휠과 드라이브 와이즈, 모니터링 패키지, 파노라마 선루프, Krell 프리미엄 사운드 패키지가 적용되어 있는 차량이다.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과감한 변화를 택한 전면 디자인이다. 정확하게 디자인 자체는 다소 단정한 느낌으로 정리되었는데, 이미 인기를 끌던 부메랑 형태의 주간주행등을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스포티지의 독자적인 캐릭터보다는 브랜드의 통합적인 VI를 중시 여긴다. 그에 따라 수직형 헤드 램프를 채택했고, 별자리를 형상화한 스타 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차체를 더욱 크고 넓어 보이게 한다. 라디에이터 그릴 면적도 넓어지니 더욱 대담한 인상을 보인다. 타이거 노즈 형태를 유지하는 그릴 프레임과 두꺼운 언더커버가 강인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측면 디자인이다. DRL 라인이 헤드램프의 테두리를 장식하면서, 측면에서도 SUV 다운 웅장한 분위기가 느껴지게 된다. 또, 프런트 범퍼 끝단이 역슬렌트 형상으로 강조되니 역동적인 실루엣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페이스리프트 이후 휠 디자인이 변경되었다. 19인치 전면 가공 휠은 테두리 라인만 은색으로 강조되면서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모습이다. 뒤로 갈수록 상승하는 벨트라인이나 차체 볼륨감을 키우는 웨이스트 라인, D필러의 알루미늄 가니시 등등 스포티지만의 개성적인 디자인 요소들이 눈에 띈다.

의외로 후면 디자인은 스포티한 인상이 느껴진다. 앞서 언급했던 볼륨감이 강조된 웨이스트라인, 특히 리어 펜더의 입체감이 탄탄하고도 역동적인 분위기를 내어준다. 완만하게 낮아지는 루프라인도 벨트라인과 대비를 주며 날렵한 인상이 든다. 테일램프의 경우 형상 자체는 이전 모델과 동일했다. 대신 그래픽을 변경함으로써 신규 모델다운 새로움을 제시한다. 리어 와이퍼는 스포일러 하단에 숨겼고, 넘버 플레이트도 하단에 배치한 형태라서 깔끔함을 지닌다. 범퍼는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로 마감되고 가장 아랫면에는 두터운 가니시가 부착된다.

간결함이 느껴지는 실내 디자인이다. 12.3인치 병렬 스크린을 활용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와 HUD가 인포테인먼트를 구축한다. 차세대 운영체제 CCNC가 접목되어 디지털 UI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센터페시아는 전환 조작 방식을 유지한다. 새롭게 적용된 그립 감지 스티어링 휠은 더블 D 컷 형태의 디자인으로 주행모드 변경 버튼까지 배치된다. 다이얼 방식 기어노브를 포함한 센터 콘솔의 레이아웃은 기존과 동일하다. 대신 우드그레인 소재가 고급스럽고 중후한 느낌을 주며, 엠비언트 라이트는 화려함을 책임진다.

뒷좌석 공간이다. 우선 공간의 여유로움이 눈에 듼다. 레그룸의 깊이감이나 면적 모두 양호하고, 2열 시트의 수동식 리클라이닝 각도가 꽤나 자유로운 편이다. 단지 체감상으로는 중형 SUV와도 견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되어 시야 개방감까지 개선된다. 편의 장비로는 시트 암 레스트와 열선, 에어벤트, 충전 포트 정도가 있다. 전동 트렁크 기능 역시 탑재되어 있으며, 2열 원터치 폴딩이 가능하다. 2열 폴드&다이브 시트를 적용하여 공간을 넓게 쓸 수 있기도 하다. 트렁크 매트 아래에도 활용할 만한 공간이 남아있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에는 배기량 1.6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에 과급장치로 싱글 터보가 탑재된다. 그리고 고출력 모터와 6단 자동 변속기가 병렬로 배치되는데, 모터의 출력은 44.2Kw에서 47.7Kw로 상향되었다. 합산 출력은 235Hp, 최대 토크는 35.7Kg.M에 달한다.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수치다. 2WD 기준 공차중량은 대략 1650Kg 선으로, 15.6Km/L라는 공인 연비를 인증받게 되었다. 친환경차 세제 혜택 인증 기준은 가볍게 통과하며, 동급 최고의 효율과 출력을 갖추는 셈이다.

하이브리드 다운 정숙한 주행감이 느껴진다. 에코 모드에서는 모터가 초반 주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항속주행과 감속 시에 엔진은 앞서 차단된다. 스티어링 휠 뒤편의 패들시프트가 에코 모드에서는 회생제동의 감도를 조정하는 역할이다. 과거 하이브리드에 비해 엔진 정숙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때문에 초반 가속을 모터가 보조한 이후에 엔진이 개입하여도 그 시점을 알아채기 어렵다. 엔진이 개입할 때보다는 차단될 때 줄어드는 미세한 진동으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는데, 크게 승차감을 저해하는 요소라 느껴지진 않는다.

우선 초반 가속을 모터가 담당하다 보니 정숙성이 크게 개선되는 셈이다. 탄력이 붙은 상태에서는 엔진 개입이 부드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모터 출력의 증대로 미세한 개선 효과가 또 있을 수 있다. 도심에서의 출발이나 차량 추월 등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가감속을 반복해도 큰 부밍음이 유입되지 않았다. 승차감은 약간은 단단한 느낌, 오히려 쏘렌토보다는 약간 부드럽게 느꼈다. 급격한 선회에서는 롤에 대한 저항성이 느껴지긴 하는데, 한계치가 높진 않다. 대신 방지턱이나 요철에 대응하는 감각이 편안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가볍던 스티어링 휠이 조금 무거워진다. 그 외에는 엔진이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패들 시프트 사용 시 6단 자동 변속기가 인위적으로 조작된다. 스포츠 모드에서도 기본적으로 정숙했다. 엑셀을 지그시 밟고 있으면 속도계는 가파르게 상승한다. 체감상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올라올 때쯤 그 속도감이 체감 간다. 힘껏 엑셀을 밟으면 작은 크기의 굉음과 함께 차량을 몰아붙일 수 있다. 탄력이 붙으면 가속력은 정말 빠른데, 예상보다 응답성이 즉각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국산 SUV답게 항속주행에 최적화된 감각이다. 코너보다는 직진 안정성이 좋고, 즉답성보다는 부드러움을 지향하는 엔진과 파워트레인 세팅이다. 그에 따라 2레벨 수준의 주행보조 기능이나 각종 카메라, 안전장치는 주행 편의를 돕는데 특화되어 있다. 특히 그립 감지 스티어링 휠의 편의성은 뛰어나다. 운전자 전방 주시 경고 카메라도 새롭게 추가되었다. 원래 하이브리드는 높은 효율을 따라 장거리 주행을 원하는 수요가 많다 보니, 그에 대해 가장 적합한 승차감은 담은 것 같다. 옵션 오디오를 추가하여 들으면, 풍절음과 노면 소음도 거슬리지 않을 것이다.

기아 더 뉴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등급을 시승했다. 수직형 헤드램프를 채택한 새로운 디자인은 차량을 더욱 크고 웅장해 보이도록 한다. 신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편의성을 보강한 실내 공간은 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흐른다. 이미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는 스포티지였음에도 예상보다 많은 변경점이 생겼다. 그중 단점이 될만한 부분은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더욱 월등한 무엇인가가 느껴지진 않는다. 당연하다. 스포티지는 승용차의 새로운 기준으로서 합리적이고 대중적인 상품성을 꾸준히 구현해 내고 있다.

글/사진: 유현태

유현태

유현태

naxus777@encar.com

자동차 공학과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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