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아틀라스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했다. 아틀라스는 폭스바겐의 준대형 SUV로, 상반기 폭스바겐 코리아의 신차 중 가장 높은 주목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RV와 SUV 판매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한국 자동차 시장이다. 준대형 SUV 세그먼트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수입차 시장에 의존하던 경향이 있었지만, 현대차가 팰리세이드를 출시한 이래 접근성을 혁신할 수 있었다. 양산형 SUV와 프리미엄 사이, 적당한 가격대를 바탕으로 크기를 극대화한 제품성은 일종의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하게 된 셈이었다.
2018년, 현대 팰리세이드는 국내 준대형 SUV에 대한 잠재 수요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시되었다. 하나, 국내보다는 이미 준대형 SUV 시장이 활성화된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목적성이 더욱 뚜렷했다. 북미에서는 미드사이즈 SUV로 분류되는 대중적인 선택지다. 아틀라스도 마찬가지다. 북미 시장 전략형 SUV로, 팰리세이드보다 앞선 2016년에 공개된 바 있다. 정리하자면 팰리세이드와 아틀라스의 타깃 층은 동일하다는 것, 아틀라스 역시도 출시이래 준수한 실적을 기록하게 되면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팰리세이드가 국내 준대형 SUV 시장을 활성화하면서 역설적으로는 그에 대한 대안을 찾는 소비자들이 생겨났다. 기존부터 판매되어온 미국 태생의 SUV 들과 다르게, 아틀라스는 북미 정서와 독일 기술이 혼재되어 있는 준대형 SUV로 새로운 해답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아틀라스의 신차 발표회와 함께, 폭스바겐 코리아는 한국 정서에 맞는 옵션 구성과 가솔린 엔진, 다부진 디자인, 첨단 주행보조 장비 등 여러 가지 세일즈 포인트를 언급했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는 MQB 플랫폼 적용 차량 중 가장 큰 크기, 합리적인 가격까지 제시한다.
시승회는 서울 반포 한강 공원에서 영종도 용유도 해변 인근까지 약 70Km의 거리를 왕복하는 경로였다. 차량 제원에 대한 간단한 설명에 뒤이어 실제 차량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국내 시판되는 폭스바겐 아틀라스는 6인승과 7인승 옵션으로, 사실상 단일 트림으로 수입된다. 그에 따라 'R라인' 익스테리어 패키지가 기본 제공된다. 2차례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외관은 폭스바겐의 최신 디자인 언어가 접목되면서 웅장하고도 세련된 분위기를 제공한다. 국내 출시 사양에서는 최초로 전후면 일루미네이티드 로고가 적용되기도 했다.
폭스바겐의 스타일링이 그러하듯 직선 위주의 기조가 특징이다. 대신 준대형 SUV라는 장르 특성상, 투박함에 대한 거부감이 크진 않다. 특히 과장되어 있는 전면 그릴과 휠 하우스는 장르 고유의 웅장함을 강조해 주고 있다. 단순한 형태의 헤드 램프는 DRL 점등되는 경우 더욱 매력적인 인상을 가져오며, R 라인 전용 그릴이나 휠 등 액세서리는 세련미를 보강하는 역할이다. 측면과 후면 디자인까지 깔끔한 직선의 기조가 이어진다. 테일램프는 통합형으로 역시 정교한 그래픽이 매력적이고, 머플러 팁이 강조된 범퍼 디자인은 북미 SUV스러운 감성이다.
넓은 공간감을 지닌 인테리어다. 10.25인치 디지털 콕핏 프로와 12인치 센터 스크린, 그리고 HUD를 통해 인터페이스를 구축했다. 센터페시아에 배치된 4가지 버튼을 활용해 터치 인터페이스를 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고, 센터 콘솔은 토글 레버 타입 변속기와 넓은 수납공간이 구성된다. 멀티펑션 스티어링 휠이나 각종 UI, 조작 패널 등 타 차종에서 경험해 보았던 익숙한 형태와 같다. 대신 마감소재나 품질이 조금 더 고급스럽고, 서브우퍼가 포함된 하만 카돈 서라운드 사운드나 마사지 기능이 포함된 비엔나 가죽시트 등 고사양 장비가 제공된다.
여느 대형 SUV처럼 광활한 용량을 지닌 뒷좌석 공간이다. 적당한 높이감의 시트는 전동 폴딩 기능이 누락되는 대신, 더욱 뛰어난 공간 활용성과 FLAT 폴딩 기능을 지원하게 된다. 즉, 사용성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둔다. 덕분에 3열 공간도 더욱 여유롭고, 2열 시트 슬라이딩을 통해 레그룸도 조금 더 확보할 수 있다. 2열 기준으로는 시트 열선이나 독립 공조, 롤러 블라인드 등 편의 장비도 충분히 마련된 편이다. 광활한 트렁크 공간은 실제 2열 시트까지 폴딩 하는 경우 더욱 활용성이 돋보였다.
아틀라스에는 배기량 2.0L급 직렬 4기통 가솔린 TSI 엔진이 채택되었다. 싱글 터보가 과급을 담당하여 최고 출력 273HP, 최대 토크 37.7Kg.M 수준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다. 특징이라면 주행 상황에 인젝터가 직접 분사와 간접 분사를 넘나든다는 점, 효율성과 정숙성 개선에 효과가 있다. 그리고 준대형 SUV의 특성에 맞춰 최대토크 영역대를 낮고 넓게 세팅했다. 변속기는 8단 토크컨버터, 전자식 4륜 구동 시스템 4MOTION이 기본 탑재된다. 공차중량 2105Kg으로 공인 연비는 8.5Km/L를 인증 받게 된다.
가솔린 SUV답게 정숙한 아이들링 감각이 고급스럽다. 폭스바겐의 설명처럼 저속에서의 경쾌한 엔진 반응이 매력이다. 이율배반적으로 저단에서의 변속감이나 정숙성이 완벽하다고 평가할 순 없지만, 탄력이 붙으면 기어비는 자연스럽게 제 자리를 찾아간다. 엔진 사운드의 음색 또한 불쾌하지 않고, 자연스레 묻히는 수준이다. 엑셀을 지그시 밟으면 차량은 생각보다 힘차게 나아갔다. 승차감은 예상보다 묵직했다. 같은 MQB 플랫폼이더라도, 아틀라스의 현가나 타이어 세팅은 보다 용량이 크고 단단하다. 노면 상태를 완전히 여과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움켜쥐고 가는 듯한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방지턱이나 요철에 대한 대응은 깔끔했다. 무거운 중량으로 진입 순간에는 약간의 충격이 느껴지더라도, 깔끔한 리바운드 처리와 함께 자세가 바로잡힌다. 승차감이 더 부드러워지기에도, 해당 세그먼트 특성상의 한계가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고속에서의 정숙성, 예상보다 풍절음이 억제되어 있고 엔진 소음도 작다. 방음 대책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었음에도 신기할 정도로 조용했다. 고속에서도 하체는 안정적으로 잡혀있는 편, 롤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진 않더라도 자세가 쉽게 흐트러지진 않았다.
그만큼 핸들링 감각도 직관적이고 안정적이다. 스티어링 감도는 기본적으로 무거운 편이라 볼 수 있다. 주행 모드는 에코와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주얼, 그리고 험로 주파를 위한 오프로드와 스노우 모드 총 6가지로 구분되는데, 핸들링 감각을 무겁게 해도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는다. 아무래도 엔진 스펙의 한계가 있다 보니 스포츠 모드에서 많은 차이를 구현하긴 어렵다. 그래도 가상 엔진 사운드가 운전의 재미를 더해주고, 엑셀에 대한 반응성이 한결 빨라지긴 했다. 그리고 고속에서의 응답성은 아쉽지만, 꾸준히 밀어주는 듯한 지구력은 훌륭했다.
전반적으로 적당한 감쇠력과 댐핑 스트로크로 조율된 섀시는 마냥 편안하지도 단단하지도 않다. 이 경우 잘못되면 이도 저도 아닌 승차감이 나타날 수 있는데, 아틀라스의 사례는 말 그대로 '적당함'을 지닌 모습이다. 보통 북미형 SUV라 하면 마냥 컴포트한 세팅을 예상할수도 있는데, 아틀라스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렴, 장거리 크루징에는 부담이 없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대체로 부드럽고 요철에 대한 스트레스도 크지 않은데, 고속에서는 전륜구동 준대형 SUV치고 안정성이 뚜렷한 것이다. IQ.DRIVE 기능을 활성화한다면 장거리 주행은 보다 편리해질 것이다.
IQ드라이브의 경우 운전자가 의도적으로 차로 내 편향 주행을 하는 경우 해당 위치로 새로운 영점을 잡아주는 기능이 있다. 또, 아이들링 스톱 기능은 앞차가 출발하는 경우 능동적으로 반응하여 응답 지연을 줄이고 전방 경보까지 동시에 수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주행 중 조작해 본 터치 인터페이스는 생각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었고, 가감속을 반복하는 주행 환경 속에서도 실연비는 10Km/L 수준을 기록했다. 에코 모드에서 항속 주행을 하는 경우 14Km/L 수준의 평균 연비가 계측된다는 설명이 있었다. 오너 입장에서는 대체로 만족스러울 주행이 아닐까 싶었다.
폭스바겐 아틀라스 2.0 가솔린 R라인을 시승했다. 투박함과 세련미가 공존하는 디자인은 우람한 덩치가 압권, 인테리어는 단정함이 매력이다. 준대형 SUV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는 실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둔감할 것 같은 외모에 비해, 민첩하고 안정적인 주행감은 경쟁 모델들 사이에서 아틀라스의 차별성을 더해준다. 페이스리프트 방식으로 출시된 신차라는 점에서 일부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견고한 완성도를 갖춘 SUV로 받아들여진다. 또, 북미 시장에 대비해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했다는 점은 성공의 당위성이 엿보인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