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코리아의 2025 그랑 콜레오스 2.0 가솔린 4WD Esprit Alpine 등급을 장기간 시승했다.지난해 내수 자동차 시장, 르노 코리아는 약 3만 9천8백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대비 대략 80% 이상 급증한 실적이다. 극적인 매출 신장은 순전히 2만 2천 대 이상 판매된 그랑 콜레오스가 이끌어냈다. 그랑 콜레오스는 르노의 차세대 중형 SUV 프로젝트 '오로라'의 양산형 모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이 시작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연간 판매량으로 승부하는 2025에도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룰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신차효과가 끝나갈 무렵에도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자동차 그룹을 제외하면 매달 국산차 판매 순위 15위권을 유지하는 유일한 차종과 같다. 이는 소외받던 완성차 3사도 견실한 상품성의 신차만 출시한다면 얼마든 반등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의 지표다. 그렇듯 오로라 프로젝트는 철저히 한국 시장에 의했다. 승용차의 표준은 세단이 아니라 SUV가 된지 오래, 중형 SUV는 무난한 디자인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은 시장이 증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이브리드'를 주력 파워트레인으로 내세웠던 전략이 가장 설득력을 품지 않았을까 싶다.
그랑 콜레오스의 원천 기술은 르노 그룹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간접적으로는 볼보의 CMA 플랫폼을 공용하고, 이를 통한 최적의 배터리 배치와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완성도 높은 승차감을 실현한다. 한편으로, 비교적 최근까지도 하이브리드는 파생 모델 정도로 취급되어 왔다. 자동차의 기본기는 순수 내연기관으로 평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후 탄소 규제와 디젤 엔진의 탄압 등으로 하이브리드의 역할이 가장 중요시되는 시대다. 다시 말해 순수 내연기관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는 추세, 하지만 브랜드 가치 정립을 위해서는 소홀히 대해서도 안되는 법이다.
시승 차량은 르노 그랑 콜레오스 에스프리 알핀 트림이다. 참고로 그랑 콜레오스는 2.0 가솔린 터보에만 AWD 옵션을 제공하는데, 그중에서도 최상위 트림 ALPINE을 선택해야만 한다. 해당 등급은 전부 기능이 아닌 디자인 옵션으로만 차별화가 더해진다. 전면 기준으로는 전용 핫스탬핑 라디에이터 그릴과 다크 틴티드 엠블럼이 제공되고, 그릴 테두리에 더해진 블루 포인트 컬러가 섬세함을 지닌다. 또, 범퍼 가니시에는 블루 그라데이션 데코가 추가된다. 서론의 내용처럼 이번 그랑 콜레오스의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무난하고도 단정한 외모를 갖춘다.
특히 마름모꼴의 풀 LED 헤드램프는 큰 특징이 없는 형상이다. 대신에 6개의 포인트로 구성된 DRL이 프레임리스 타입 그릴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또 노즈와 그릴의 접합부, 엣지라인의 높이를 높게 배치하여 SUV 다운 강인한 실루엣을 구현하기도 했다. 측면 디자인도 SUV의 여유로움과 웅장함이 잘 나타난다. 바디 컬러 클래딩을 적용하여 차체는 더욱 커 보이기도 하며, 완만히 상승하는 벨트라인은 묵직한 프로필을 연출해 준다. 부분부분 정제된 직선을 통한 캐릭터 라인을 배치하면서 너무 밋밋하지도, 과장되지도 않은 개성을 갖추었다.
역시 에스프리 알핀 등급의 차별화 또한 담겨있다. 사이드 가니시와 리어범퍼에도 블루 그라데이션 데코가 추가되었고, 무엇보다 전용 20인치 다크 틴티드 휠은 동급 SUV에서 찾아보기 힘든 화려하고 정교한 디자인을 갖추었다. 오히려 차량 디자인이 간결하다 보니 화려한 디자인의 휠을 자연스레 소화해 내는 것 같다. 후면 디자인은 3D 크리스탈 LED 구성의 일체형 테일램프가 특징, 그래픽을 상단에 배치하여 차량 전고를 강조한다. 또, 리플렉터와 디퓨저를 통합한 리어 범퍼 디자인도 정교해 보인다.
실내 공간이다. TFT 클러스터와 센터 디스플레이, 그리고 동승석 디스플레이까지 총 3개의 12.3인치 스크린을 탑재한다. 르노의 Open R 운영체제를 탑재했으며, 순정 T맵과 AI 음성인식 NUGU 오토 등 디지털 UI를 지원한다. 그와 함께 통풍시트 등 일부 편의 기능을 센터 스크린에 통합한 모습인데, 직관성이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은 음성인식 기능으로 보완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인다. 참고로 조수석 스크린은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고, HUD는 증강현실 길 안내를 지원했다. 센터 콘솔은 브리지 타입으로 수납공간을 구성했고, 기어 레버는 전자식이다.
스티어링 휠은 적당한 두께의 그립과 물리 버튼으로 만족스러운 사용감을 제공했다. 다만 패들시프트가 제공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전반적인 편의 기능은 동급 차종들과 대등한 수준, 다만 앰비언트 라이트의 적용 부가 1열 도어로 제한적이다. 대신에 시승 차량 '알핀' 등급은 실내 소재와 마감 품질이 대폭 차별화된다. 대시보드를 마감하는 블랙 알칸타라나 인조 나파가죽 블랙 시트, 스웨이드 헤드라이닝, 각종 엠블럼과 블루 스티칭, 플래그 라벨 등 감성적인 실내 분위기가 느껴진다. BOSE 10 스피커 적용시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까지 제공되는 구성이다.
2열 공간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중형 SUV 대비 레그룸이 다소 좁은 편이고, 헤드룸이 넓게 느껴진다.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점이지, 레그룸 공간 자체는 패밀리카 용도로 넉넉하다. AWD 적용으로 인해 센터터널이 솟아 있는 편이고, 선루프 추가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단점이다. 기본 편의 기능은 2열 독립 공조와 시트 열선, C타입 충전 포트, 암레스트 컵홀더 정도로 구성되었다. 2열 시트도 에스프리 알핀 등급만의 감성적인 디자인 마감이 제공된다. 트렁크는 바닥면이 평탄하게 마감되어 있다. 보드 아래 잔여 공간과 2열 시트 폴딩 등 확장성을 지닌다.
최근 출시되는 SUV들은 지향성을 막론하고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적극 도입하다 보니 차종별 성격이 희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럴수록 중요해지는 부분은 디지털 UI의 완성도인데, 의외로 르노 코리아의 Ui 완성도는 국산 브랜드 중 가장 최적화가 잘 되어 있는 느낌이다. 덕분에 실내 디자인과는 별개로 긍정적인 첫인상을 품는다. 아울러 차량의 가격이나 크기 등 포지션 자체는 중형보다 준중형 SUV에 가까우면서도, 운전자 입장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나 차량 전고, 시트 포지션 등 세팅은 영락없는 중형 SUV로 받아들여졌다.
그랑 콜레오스의 순수 내연기관 사양은 배기량 직렬 4기통 2.0L급 가솔린 싱글 터보 엔진 단일 구성이다. 최고출력은 211Hp, 최대토크는 33.2Kg.M 수준의 퍼포먼스를 제공한다. 보그워너의 전자식 AWD 시스템을 선택하는 경우, 변속기는 아이신제 8단 토크컨버터가 맞물린다. 참고로 기본 2WD 사양에는 게트락 7단 습식 DCT가 채택된다. 공차중량 1765Kg, 그에 따른 공인연비는 9.8Km/L로 인증을 받았는다. 구동방식과 파워트레인 세팅까지, 효율성보다는 주행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여느 가솔린 SUV가 그렇듯 가속감 자체는 부드럽다. 그랑 콜레오스가 돋보이는 부분은 저속에서의 '정숙성'이다. 실용적인 RPM 영역에서는 엔진 진동과 별개로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이 관여하는 부분이다. 실제 유효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 오디오 옵션은 분명한 메리트가 있겠다. 변속기의 경우에도 자연스러운 매칭을 보여준다. 단점이라면 오토홀드 작동 시 미세한 밀림 현상이 나타나는데, 원인은 스탑&고의 개입이 한 박자 뒤늦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번 그랑 콜레오스가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은 안정성이다. 우선 도심 주행에서 느낀 승차감은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방지턱이나 요철 구간에서의 리바운드가 없는 깔끔한 움직임을 보인다. 방지턱 진입 시에는 약간의 충격이 올라오나, 탈출시 느껴지는 매끄러움이 인상적이다. 20인치 휠 세팅으로 인한 소음이나 충격은 별개로 느껴지지 않았고, 타이어에는 소음 저감 목적의 폼이 적용되어 있다. 진정한 매력은 고속 주행에서 느껴볼 수 있다. 비교적 단단한 세팅의 승차감은 패밀리 SUV로서 롤에 대한 저항성이 뚜렷한 편으로, 강한 횡력에 의한 쏠림을 적극적으로 억제해 준다.
정리하자면 도심에서의 승차감도 납득할 수 있는 패밀리 SUV로서 고속에서의 안정성도 훌륭하다는 내용이다. 단순히 단단한 댐핑력을 가진 대중형 SUV 들과 다르다. 주행감 자체가 고급화 SUV처럼 묵직하게 조율되어 있는 감각이 있다. 약간의 무게감을 지닌 스티어링 휠과의 조화도 적절하다. 무엇보다 AWD 적용을 통한 승차감에서의 이점도 분명히 나타난다. 고속주행에서는 뚜렷한 직진성을 확보해 줄 뿐만 아니라, 급격한 코너 진입 시에 느껴지는 네 바퀴의 트랙션이 보다 부드러운 선회를 돕는다. 이런 AWD의 기능 역시도 주행 안정성에 크게 기여해 주는 부분이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등 일반적인 세팅과 AI, 오프로드로 구분된다. 에코 모드에서는 엑셀에 대한 반응이 다소 억제된다. 도심 주행에서는 오히려 부드러운 주행에 관여해 주는 세팅이라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 반대로 스포츠 모드에서는 억제되어 있던 엔진 사운드가 증폭된다. 변속기도 조금은 더 토크감을 전달해 준다. 211마력의 힘을 지닌 그랑 콜레오스는 대략 8초대의 제로백을 갖추며, 급가속 시 펀치력은 그럭저럭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수준이다. 출력 자체는 충분한데, 터보 래그가 다소 느껴지는 편이다.
그런 엔진 특성으로 응답성은 다소 지연이 있지만 탄력이 붙은 뒤로는 꽤나 강력한 가속감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덕분에 시내보다는 고속에서 넉넉한 파워를 느껴보았고, 이는 안정적인 섀시 세팅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부분이었다. 높은 전고와 창 면적을 감안하면 풍절음 억제 수준도 훌륭한 편이다. AI 모드는 이론상 운전자의 주행 패턴에 맞는 최적의 세팅을 구현해 주고, 오프로드 모드는 험로에서의 구동력 배분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AWD의 목적이 험로 주파가 있겠지만, 온 로드에서의 승차감 자체가 개선된다는 점이다.
묵직한 주행 감각에 어울리도록 브레이크 답력은 넓게 배분되어 있는 세팅이다. 전체적으로 정숙성과 안정성이 돋보이는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AWD의 주행이었다. 사실 패밀리 SUV라 하면 승차감 측면에서 뚜렷한 개성이 있기도 어려운데, 그랑 콜레오스는 흔히 접하는 국산 SUV 중 가장 유럽 지향적인 세팅이라고 볼 수 있겠다. 비교적 낮은 출력도 그에 상응하는 부분이다. 다만 출력이 낮다고 해서 연비가 특별히 뛰어나진 않다. 특히 AWD 트림은 도심 주행에서 8Km/L 대의 연비를 보여주고, 고속 주행 시 12Km/l의 연비가 계측된다.
주행감을 제외하고도 매력적인 패밀리 SUV의 선택지임은 맞다. 2레벨 수준의 ADAS의 개입도 적극적이고, 풀스크린을 바탕으로한 디지털 확장성은 최신화된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Alpine 등급의 특별한 스타일링과 견고함이 느껴지는 마감 품질도 강점이다. 다만 디지털화를 적극 받아들인 만큼 직관성 자체는 떨어질 수 있다. 주행 중에는 센터 스크린 자체를 내비게이션이 채우니, 다른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번의 창을 거쳐야 한다.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스티어링 휠에는 즐겨찾기 버튼 설정이 가능하긴 했다.
서라운드 뷰 카메라의 경우 화질은 선명한 반면 근거리에 대한 왜곡이 다소 있다. 특이한 점은 사물과 차량 간의 거리를 CM 단위로 표기해 준다. 그리고 Full 오토 파킹 기능도 지원하는데, 주변 차량이 없는 경우에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아무렴 있어서 나쁠 기능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그랑 콜레오스의 디자인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패밀리 SUV 다운 무난함과 단단함이 적절히 느껴지면서도, 르노 특유의 섬세함이 스며들어 있다. 안 그럴 것 같으면서도 조형적인 비율이 상당히 훌륭하다. 이를 두고 프랑스 감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르노 코리아의 그랑 콜레오스 2.0 가솔린 AWD 에스프리 알핀 트림을 장기간 시승했다. 적당한 개성과 세련미를 품은 외관 디자인은 대중성 자체에 충실한 모습이다. 디지털화를 적극 장려한 인테리어는 그에 맞는 최신 Ui는 물론, 감성적인 액세서리들로 차별화된다. 가솔린 엔진과 변속기의 세팅 자체는 평이하지만, 노이즈 캔슬링과 AWD 시스템이 보조해 주는 승차감 완성도는 단순한 옵션 이상의 만족감을 더해주었다. 그 모든 종합적인 감성 자체가 기존의 국산 SUV와는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고, 이는 제한된 선택지에 대한 갈증을 분명 해소해 준다.
글/사진: 유현태